추석의 긴 연휴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두 주 가까운 시간 동안 고향을 찾고, 오랜만에 식탁에 둘러앉아 나누던 웃음과 정(情)은 여전히 마음을 적시고 있습니다. 익숙한 길들의 실루엣과 다정다감한 목소리 모두가 한 편의 시처럼 기억 속에 자리합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멈추어 서 있던 시계가 다시 움직이듯, 삶의 걸음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기억은 뒤안길에서 우리를 위로하고, 현실은 눈앞에서 우리를 부릅니다. 계절은 언제나 쉼 없이 바뀌어, 무르익은 풍성함을 지나 서늘한 가을바람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다독입니다. 이렇게 다가오는 계절 역시 우리를 또 다른 성숙으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돌아온 일상은 때로 무미건조하고 심지어 버겁게 느껴질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도 하나님의 은밀한 손길이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을 들녘에 바람 부는 소리, 창가에 내려앉은 햇살, 귓가에 스며드는 풀벌레들의 옅은 잔향까지 모두가 생명의 작은 징표들입니다. 우리가 눈을 들어 바라본다면, 일상의 어느 결에도 주님의 은총은 새겨져 있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걸어가야 할 때입니다. 지난 명절의 넉넉함을 가슴 깊이 간직하며, 한결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갈대처럼, 감사와 기대 안에서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견고한 믿음의 삶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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