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절기 설교는 언제나 힘들었습니다.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를 재탕 삼 탕 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같은 내용을 반복하여서 감동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남의 이야기이기에 감동이 없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 이야기는 백 번 해도 새롭습니다.
저는 이북이 고향이신 부모님을 둔 까닭에 어린 시절 일가친척들로부터 6.25 피난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하였습니다. 하도 듣다 보니 어떤 대목은 저도 다 외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인상 깊은 것은 이야기하실 때마다 언제나 마치 현재 겪고 있는 듯 이야기하곤 하셨던 것입니다. 우리 민족사에 6.25 전쟁이 있다면 그분들에게는 자신의 6.25 전쟁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6.25 전쟁은 언제나 현재 사건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분들에게 오늘의 삶은 6.25 전쟁으로 인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복음을 설교할 때마다 가지는 생각이 있습니다. “나도 십자가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렇게 눈빛이 달라질까?” 예수님을 영접하였다는 것은 예수님이 나를 위하여 십자가에 돌아가셨는 것을 단순히 생각으로만 믿는 것만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정말 마음에 오셔서 자신과 한 몸이 되고, 자신은 죽고 예수님의 생명으로 사는 것입니다. 생명이 바뀌는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의 돌아가심만 아니라, 자기 죽음도 보아야 합니다. 바로 그 눈이 뜨일 때, 죽음으로 얻은 생명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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