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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8년 03월25일자 칼럼] 십자가 퍼포먼스

  언젠가 한국교회 안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유명 목사님들이 대학로에서 고난주간 퍼포먼스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즉 십자가를 지고 대학로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이동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그 목사님들이 어깨에 걸치고 간 십자가 끝에는 전부 바퀴가 달려 있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바퀴달린 십자가를 짊어지고 생쇼를 한 것입니다. 그런 십자가로는 고통은 커녕 아무런 무게감도 느껴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외로움과 고통이 너무나도 극심해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시며 괴로워하셨습니다. 바로 이런 십자가의 생생한 체험이 없는 한, 그 누구라도 구원이 인간의 힘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것임을 소스라치게 고백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십자가에 달려 본 사람만이,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린 강도처럼, “당신의 나라가 임할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라고 간절히 겸손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신학지식과 교리로 간파되는 십자가가 아니라 삶으로 담아내는 십자가가 진짜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고난당하심을 구경이라도 하듯이 입을 삐죽거리며 조롱합니다. 십자가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주님과 함께하는 삶의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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