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목회숙제와 같이 여기고 있는 실천목표가 있다면 바로 그것은 성지순례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예배당 건축과 그로인한 여러 사정으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아직까지 실천하고 있지 못하게 됨을 교우 여러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년 꾸준하게 이 순례의 사역을 진행하고 계신 어느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모든 일들이 다 그렇겠지만 성지순례를 여러 차례 거듭할수록 처음 감격이 점점 사라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성지순례를 갔을 때에는 ‘‘주님이 밟으신 바위를 주목하지 말고, 바위를 밟으셨던 주님이 어디 계신가를 바라보라!’는 것을 깨달았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밟으셨던 과거의 그 바위는 언제나 그곳에 있지만, 주님은 이미 우리 마음에 와 계십니다. 그러므로 성지순례보다도 정작 정말 더 중요한 것은 성지순례 여행에서 일상생활로 돌아왔을 때의 삶인 것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성지순례는 여행 경비를 들여가며 해외를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이 도시 문명과 세속사회 속에서 거룩한 수도자로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영성수련과 영성훈련은 성직의 부름을 받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가 처한 이 시대의 상황을 탓하고 주저앉기 이전에 우리가 누구인지 분명히 인식하고 우리가 살아야할 방향을 향하여 더욱 더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바로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수도자의 삶이고,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청하는 수도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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