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사순절 성지순례를 하는 마음으로 서소문에 엤는 있는 약현성당, 용산 e편한세상 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당고개성당, 한강변에 있는 새남터성당과 절두산 순교지 그리고 양화진 선교사묘역을 종일 도보로 돌아보았습니다. 양화진을 제외하곤 모두 천주교 순교지입니다. 이 땅에 천주교는 개신교보다 100년 정도 먼저 전래되었는데,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에는 천주교인의 숫자는 약 2만명 정도로, 1791년 신해박해(辛亥迫害)로부터 개신교가 막 들어오던 시점인 1886년 병인박해(丙寅迫害)까지 4차례의 큰 박해를 겪으면서 딱 절반인 1만명이 순교했습니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개신교는 그 위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던 것입니다.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면서 오늘의 종교개혁, 아니 교회개혁에 대한 반성을 여러 각도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종교개혁의 신앙은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칭의(稱義)신학’을 무기로 전도와 선교에 열정과 혼신을 다해 온 것이 사실이고, 그 열매도 크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현실은 “행함과의 일치가 없는 값싼 거짓 복음에 중독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며, 극심한 박해 가운데에서도 십자가를 영광으로 여기며 순교한 이 땅의 천주교 선조들의 믿음과 삶을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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