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9일자 칼럼] 존재와 숲을 이루는 사과나무 교회
작성자신목교회
- 등록일 2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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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신목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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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회는 무엇을 합니까?"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마치 취업을 앞둔 청년처럼 위축되곤 합니다. 파송한 선교사의 숫자, 구제 헌금의 액수, 지역사회를 위해 벌여놓은 활기찬 사업 목록을 이력서 내밀듯 열거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영혼을 짓누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효율과 유용성이라는 잣대로 생명을 재단하려는 나무꾼의 프로네마(phronema, 사고방식)인 것입니다. 나무꾼의 눈에 비친, 늙고 뒤틀린 사과나무는 그저 베어내어 화롯불에 던져질 땔감일 뿐입니다. 하지만 농부의 눈은 달랐습니다. 그에게 사과나무는 단순히 열매를 맺는 기계가 아니라, 벌들에게는 달콤한 공장이요 새들에게는 아늑한 호텔이며, 지친 나그네에게는 여름의 카페이자 겨울의 저장고였습니다. 농부는 생명 생태계를 봅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가 맞닥뜨린 심각한 위기는 바로 이 나무꾼의 논리에 영혼을 잠식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좋은 교회이다”라는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기를 그치고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사업체로 전락하고 맙니다. 사과나무는 자기를 증명하기 위해 소리 높이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깊이 뿌리내릴 뿐입니다. 그 '머묾'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살 권리가 되고 숨 쉴 공간이 됩니다. 고난주간에 조용히 들려오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주님의 마음 곁에 제대로 머물러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