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8월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계절의 끝은 언제나 묘한 감정을 일으킵니다. 아마도 그것은 다함과 더불어 새로운 시작을 예감하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이 순간 바람 속에서 익어가는 벼 이삭의 향기를 맡습니다. 그것은 지난 계절의 땀과 기다림이 농축된 결과물입니다. 허물어져 가는 여름 사이로 숙성된 곡식처럼, 우리의 삶 또한 눈에 띄지 않는 인내와 신뢰의 시간을 통과하며 성숙해 갑니다. 계절의 전환은 마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쉼표를 찍어주시는 듯합니다. 그것은 바쁘게 서둘러온 걸음을 멈추고,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라는 초대이기도 합니다.
8월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어제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마음을 가만히 가지런히 하고 있노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마음에 비취며 드러납니다. 그 어느 해보다 덥고 숨 막혔던 여름을 지나온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은혜의 이야기입니다. 인생 역시 이와 같습니다. 어떤 계절은 너무 길어 지쳐버리고, 또 어떤 계절은 너무 짧아 아쉬움만 남깁니다. 그러나 모든 시간은 결국 하나님의 품속에서 완결되어 갑니다. 우리의 실패도, 우리의 성취도, 계절의 굴곡 속에서 다 포용 됩니다. 그러므로 8월의 마지막 날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두려움보다는 감사, 끝맺음보다는 새로움에 맞추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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