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장막이 짙어갈수록, 어둠은 깊어지고 밤은 길어집니다. 침묵과 어둠의 계절 한가운데서, 우리는 대강절의 첫 촛불을 밝히며 거룩한 기다림의 시간을 엽니다. 대강절이 우리 영혼에 심어주는 첫 마음은 ‘기다림의 영성’입니다. 이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인내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약속의 실재를 향한 믿음의 결단입니다. 세상은 기다림을 낭비로 여기지만, 신앙의 기다림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을 신뢰하는 적극적인 영적 행위입니다.
신앙인의 기다림은 수동적 체념이 아니라, ‘아멘’의 영성에서 비롯된 삶의 응답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때, 곧 카이로스의 신비를 신뢰하며 그분의 주권 안에 자신을 내어 맡기는 믿음의 행위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때때로 더디 이루어지는 듯 보이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연단되고, 감사와 은혜의 깊은 뜻을 배우게 됩니다. 기다림은 사랑이 거하는 가장 고요한 자리입니다. 대강절은 그 자리로 우리를 초대하며 묻습니다. “당신의 마음은 참 빛을 사랑과 기쁨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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